2020년 기준 한국프로축구 등록선수(K리그 1, 2부 선수)는 약 800명이다. 매년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마친 약 100여명이 프로로 진출한다. 2021시즌을 대비해 선수 영입이 한창인 K리그에는 신인 선수들이 프로 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소년기인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해 프로에 진출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0.8%라고 말한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옛말처럼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그렇게 힘들게 프로에 입단한다 해도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며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2020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봉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선수 평균 연봉은 1부리그 1억4천380만원, 2부리그 7천543만원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더 적은 금액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수많은 어린 선수들이 오늘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K4리그 참가가 가능한 B팀 운영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그간 시행됐던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비롯해 다소 유명무실해진 R리그(2군리그)로는 유망주들에 많은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맹의 이번 B팀 운영 시스템은 독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을 모델 삼아 추진했다. 권창훈, 정우영 선수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SC프라이부르크로 예를 들면 프로팀과 U18세팀 사이에 U23세팀을 만들어 지역리그인 4부 리그에 출전한다. 이를 통해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 나설 기회를 부여받으며, 구단은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길러내 프로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제도 시행은 값비싼 선수를 사오는 대신 지역 내 우수 자원을 조기 발굴해 프로 선수로 활용해야 하는 시민구단으로서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출 호기다. 특히 최근 유소년팀의 합숙소를 전면 폐지하며 수원 및 인근 지역 우수 유망주 발굴에 기초를 마련한 수원FC로서는 이와 같은 B팀 운영이 지역 유망주 선수들에게 0.8% 밖에 안 되는 프로 진출의 문턱을 더욱 낮추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다.
점점 더 좁아지는 프로축구선수의 고용성을 확대하여 축구 산업의 시장성을 더욱더 넓히는 이번 제도 시행의 앞으로의 변화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헌영 수원 FC 전력강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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