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주저 앉지 마! 내일의 해가 뜨니까

소백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2012년 11월 여우 한 쌍을 방사했다. 그런데 그 한 쌍 중에 암컷이 방사된 곳으로부터 5km 떨어진 외딴 집 부엌에서 죽은 몸으로 발견되었다. 부엌은 불은 꺼져 있었으나 따뜻한 온기는 남아 있었다. 국립공원 측은 죽은 여우를 부검하여 사인 조사에 나섰다. 위에는 죽기 전 먹은 다람쥐 등으로 채워져 있어 굶어 죽은 것이 아님을 밝혔으나 장기에 심한 출혈이 발견되었다. 왜 장기에 출혈이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갑자기 뛰어나오는 멧돼지에 기겁했을 것이고 처음 들어 보는 부엉이 울음에도 신경이 거슬렸을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깊은 산 속의 날씨, 몰아치는 바람…등등. 그래서 여우는 외딴 집 아늑한 부엌을 찾았을 것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장 출혈은 마침내 여우의 숨을 끊어 버린 것이 아닐까.

코로나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있는 요즘 가슴을 치는 사건이 있었다. 항공사에 다니는 딸이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하자 어머니도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들 모녀는 소백산의 여우처럼 갑자기 몰아닥친 환경의 변화에 버텨내질 못한 것이다.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무서울 뿐이었다. 한 영세 상인은 TV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해가 뜨고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하루가 지나가는 만큼 은행 이자 낼 날이 가까워지는 것이고, 가게 임대료 납부 시간이 다가오는 것 아닙니까? 관리비도 쌓이고,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살아납니까?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돈입니다.” 이처럼 해가 뜨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이 사람 뿐이 아닐 것이다. 어느 PC방에서 아르바이트 1명을 뽑는 데 80명이나 몰려 왔다고 한다. 정규직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자리 1명에 80명이나 지원하다니… IMF 때도 없던 현상이다. 그만큼 코로나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정말 무서운 환경이다. 내일 해가 뜨는 것이 두려운 사람 중에는 주식시장에 뛰어든 젊은이들도 많다. 특히 ‘영끌’처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빚 투족’.

물론 이렇게 빚투를 해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했으나 제때에 상환이 이뤄지지 못해 주식이 매도된 소위 ‘반대 매매’ 규모가 21조원이나 되고 있음은 빚투가 부담스러운 규모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빚 투’현상도 코로나 시대에 살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의 결과다. 그러나 이처럼 치열한 몸부림 속에서도 우리는 내일 해가 뜨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백산 여우처럼 외딴 집 부엌으로 숨는다면 잘 버텨온 인간의 몸부림, 그 숭고한 가치를 무위로 끝낼 수 있다.

소설과 영화로 너무나 유명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대사는 스칼렛이 “해는 내일도 다시 뜬다”며 인간 의지와 미래 희망의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는 이상노 시인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뜬다’는 시에서 “지금 너도 힘드니 나도 힘들어 지금은 모두가 힘들어 …거기에 그냥 주저앉아 있으면 안돼 일어나. 일어나! 다시 또 한 발짝 걷는 거야 우리 여지껏 그렇게 해 왔잖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라며 우리 의지에 불을 당기려 했다.

그렇다. 그런 희망으로 내일을 맞자.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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