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요즘은 ‘삶의 지혜를 가진 자’, ‘공경의 대상’ 이미지보다는 ‘틀딱’이라는 단어가 더 먼저 등장한다. ‘틀딱’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틀니를 딱딱하고 소리를 내는 노인’을 줄여 만든 폄하성 신조어로, 큰소리치는 노인을 뜻한다고 한다. 벌레를 뜻하는 ‘충’까지 조합된 ‘연금충’, ‘할매미’와 같이 노인 혐오 표현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본인도 노인이 돼가는 시점에 이런 단어들을 듣고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노인의 사회적 인식과 위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전체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전국 시·군·구 고령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초고령(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 지역이 112곳, 고령(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19.9%) 지역이 74곳, 고령화(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13.9%) 지역이 42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228개 지자체의 49%가 초고령 지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 고령 추세와 맞물려 우리 사회가 노인이 살아가고, 적응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변화의 속도마저 너무 빠르다. 국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은 더 이상 노인이 기댈만한 곳도 아니고, 노인의 경험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이것이 진정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메시지를 던져놓고 끝이 나지만, 우리는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노인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 세대갈등 양극화의 한 축이 되지 않도록 공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 노인을 부양할 젊은이가 늘어나도록 하는 출산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인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서 진정한 현역의 일꾼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과 재취업 정책을 펼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초연금이나 현금 퍼주기식 노인 일자리 위주 정책은 고령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인구고령화는 국난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노인이 많아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강화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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