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래 외국과의 교류와 전쟁 등으로 우리 문화재는 국외로 반출되곤 했다. 19세기 말 두 차례에 걸친 서양과의 교전과 일제강점기, 미군정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물, 매매 등으로 나간 것이 있는가 하면, 약탈된 문화재도 있다. 최근에는 도난당해 밀반출되는 경우도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되고 있는 국외 소재 문화재는 19만3천여점이다. 물론 앞으로의 조사를 통해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직지심체요절〉, 〈몽유도원도〉 등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일제에 의해 불법적으로 수탈된 문화재에 가지 않을 수 없다. 20여만점에 달하는 문화재 중에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반환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 일은 열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외교적인 작업이 그 과정을 끌고 간다. 프랑스에 유학했던 한 학자의 평생 노력에 더해 1993년 이래 프랑스 정부와의 교섭으로 이루어진 외규장각 의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기도 관련한 국외 소재 문화재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사업하다 대규모의 문화재를 불법 반출한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의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는 〈이천오층석탑〉, 〈독조도(獨釣圖)〉(강희맹)를 비롯해 〈국청사 감로탱화〉, 〈청화백자오명항묘지석〉, 《서하집》(임춘, 고려본) 등이 알려져 있다. 현재 오구라컬렉션의 대부분은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이천오층석탑〉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환운동도 이뤄지고, 우리의 각성을 촉구하는 모임도 열리고 있다. 2006년에는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로 추사 김정희 연구자였던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隣)의 관련 자료 2천700여점이 추사가 만년을 보냈던 과천시로 귀환했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역할도 있었겠지만, 이 역시 한 개인이 십여년 이상 기울인 열정과 냉철한 판단력 덕이었다. 그간의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불법유출된 문화재의 환수라는 민감한 문제에는 자칫 불편한 감정이 앞설 수 있다. 그럴수록 냉정하고 성숙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조사·연구, 보존·활용, 교류·협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국외에 나간 경기도 관련 문화재의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섣부른 접근은 상대국과 외교적인 마찰을 불러온다. 방법과 대책이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경기도의 중단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곳저곳에서의 관심, 다양한 목소리와 함께 정성적인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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