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감정부회의에서 소비자대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가? 의료사고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불가피한 합병증인가?
‘의료분쟁’은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진단검사치료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대해 피해가 발생하는 ‘의료사고’로 인한 다툼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건수가 2019년 1천784건으로 2012년 설립 시기 192건과 비교하면 약 9배가 증가했다. 의료분쟁이 접수되면 감정 및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의료감정회의’는 대부분 상임위원(의료인), 의료인 1명, 법조인 1명, 소비자단체 1명으로 진행된다.
약 1년6개월 동안 소비자대표로서 감정부회의에 참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역할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 의료인 측은 주로 ‘의료진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 ‘악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고, 피할 수 없었다는 점’, ‘악결과는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을 주장한다.
감정부회의를 통해서 체감할 수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인의 노력은 감동할 정도다. 생명을 다루는 최고의 집중력, 시간을 다투는 응급성, 세계 수준의 의료 기술 등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감정부회의에 참여하는 소비자대표로서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단체인은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의료분쟁 감정부회의에서 소비자대표의 역할은 무엇일까? 감정부회의에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요구된다면 소비자대표가 참여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 대표는 ‘일반인의 수준,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료인의 과실 또는 부주의는 없었는가? 의료인의 조치와 악결과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는가? 설명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의료인 측은 악결과에 대해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불가피한 합병증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불가피하다”라는 말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1%의 가능성이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환자는 피할 수 있는 99%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그들의 생명과 신체를 맡기는 것이다. 100% 완벽한 의료행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100% 무과실 의료행위도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인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의료분쟁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피해자라는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의료분쟁 감정부의 소비자대표로서 확고한 냉정함과 사명감으로 참여해야겠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경기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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