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스포츠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리더십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변혁적 리더십 스타일이었다. 이 리더십은 리더가 평범한 능력의 부하들을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혁’ 시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리더십 형태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많은 스포츠에서 단골소재로 쓰이는데, 전쟁영화를 생각해보자.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적의 대군 앞에서 주인공의 소규모 군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다. 이때 군사들 앞에 나타난 주인공이 모두가 꿈꾸는 새로운 비전과 사명감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주눅 들어 있던 군사들이 변화돼 목숨을 걸고 전투에 참가하여 나라를 지켜내는 장면들을 보았을 것이다.
오랜 기간 리더십 연구자들에게 사랑받아오던 변혁적 리더십이 최근 공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이 리더십이 조직의 목표 달성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성공이 결국에는 부하들의 과도한 헌신과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 전쟁상황에서도, 주인공에게 감명받는 군사들이 변화돼 목숨 걸고 전투에 참가하며 나라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 병사들은 결국 전쟁 중에 대다수 전사하거나 희생되지 않았는가. 기업 현장에서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웰빙을 훼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지도자들이 팀과 지도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선수들을 현혹하고 이들을 혹사해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지도자 밑에서 혹사당한 몇 선수들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변혁적 리더십의 대항마로서 최근 스포츠 리더십 분야에서는 경청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지도자는 봉사자로서 선수들의 문제와 갈등을 공감하고 치유하며,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에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느 리더십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고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팀의 성공을 위해 성과를 중심으로 한 변혁적 리더십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최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 역시 그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수직적 리더-부하 관계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스포츠 문화에서, 선수들 관점에서의 수평적 리더십 형태인 서번트 리더십 스타일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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