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2020 도쿄올림픽과 2032 남북 올림픽

도쿄 올림픽은 올여름 과연 열릴 수 있을까.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한차례 미뤄진 도쿄 올림픽이 또 한 번 연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무관중 또는 축소된 형태로 강행되거나 코로나 사태 악화로 취소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취소되면 전쟁이 아닌 이유로 올림픽이 열리지 못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역대 올림픽 취소는 세 번 있었는데 모두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시기였다.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하나는 ‘순차 연기론’이다. 도쿄가 차기인 2024년 대회를 치르고 이미 개최권을 확보한 파리와 LA가 차례로 2028년과 2032년 대회를 여는 식으로 순연되는 방식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도쿄가 이번 대회를 포기하는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32년 개최권을 얻으려 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 공동으로 2032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 유치에 함께 협력한다’고 북한과 합의했다. 2019년 2월에는 남과 북이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 의향서를 IOC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상황이 없다. 호주 등 경쟁국에 비해 많이 뒤처지고 있다. 남-북, 북-미간 대화가 막히면서 정치적 추동력을 잃었고, 올림픽 유치에 의욕을 보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리더십 공백 이후 유치 희망도시의 실무적인 추진력도 크게 약화됐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IOC 내부에서는 ‘안전한 대회가 성공적인 대회’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북 대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평화 올림픽’을 기본 전략으로 내세웠던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2032년 올림픽 개최지는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남북 공동 올림픽을 통한 동아시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아젠다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북한의 극심한 방해 속에서도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과 국교를 맺는 북방정책의 큰 그림으로 이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막바지 참가를 이끌어내면서 핵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반도에서의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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