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코칭스태프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유례없이 치열한 5선발 경쟁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9위에 그친 SK는 선발투수진의 붕괴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에이스 김광현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탈한 데다 외인 킹엄이 2경기 등판 후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외인 투수 핀토도 162이닝 동안 6승15패 평균자책점 6.17로 부진하며 최다패 1위와 피홈런 2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평균자책점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SK 선발진은 1259.1이닝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하며 소화 이닝과 평균자책점 모두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SK 투수진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둡지 않다. 지난해 팀이 붕괴된 와중에도 토종 원투펀치 문승원과 박종훈은 도합 303이닝 평균자책점 4.21로 선전했다. 여기에 이건욱과 김정빈 등 새 얼굴들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의 5선발 경쟁자는 우완 이건욱과 정수민, 좌완 김정빈과 오원석 등 4파전으로 압축됐다.
이 중 우완 이건욱과 정수민은 경쟁자들보다 선발투수 경험이 많아 보직 적응 우려가 적다. 이건욱은 그 동안의 부상 시련을 딛고 지난해 프로데뷔 6년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122이닝 동안 6승12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한 점은 평범해보이나 140㎞ 중후반대 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조합은 기록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피안타율 모두 2할대 초반에 그쳤고 타자 친화적인 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사용함에도 피홈런이 11개에 불과했다. 5월말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시즌을 치렀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정수민도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SK 입단 후 팔꿈치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시즌 막판 선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5로 호투하며 올해 전망을 밝혔다. 큰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150㎞대 강속구가 주무기다. 다만 부상 회복 후 구속이 다소 줄었다는 코칭스태프의 분석도 있어 5선발 자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좌완 김정빈은 김원형 신임감독과 조웅천 투수코치의 올 시즌 비밀병기로 평가받는다. 140㎞ 중후반대 속구에 체인지업을 곁들여 좌완임에도 우타자에 더 강하다.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좌타자 공략 능력도 올해 커브 비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지난해 시즌 초반 22이닝 연속 무실점을 비롯해 전반기 30.2이닝 평균자책점 3.52로 호투했지만 여름부터 체력문제를 겪으며 후반기 16.2이닝 평균자책점 8.10으로 무너졌다.
이에 올해는 비시즌 기간 웨이트트레이닝시 무거운 무게로 짧은 시간 훈련하는 대신 가벼운 무게로 오랜 시간하는 방식으로 훈련법을 바꿨다. 여기에 기본 런닝 외에도 등산을 통해 체력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0.029에 그치며 우타자 피안타율도 0.176에 불과했다. 0.255로 비교적 높은 좌타자 피안타율을 더 낮출 수 있다면 올 시즌 확고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당초 좌완 기교파 투수 유망주로 평가받은 오원석도 비시즌 몸무게를 7kg나 늘리며 지난해보다 더 빠른 구속을 보이고 있다.
김원형 SK 감독은 “5번째 선발투수를 확정짓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면서도 “다음달 6일 제주 서귀포 1차 스프링캠프가 끝나는만큼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개막 선발진을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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