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도시계획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코로나 퇴치다. 팬데믹은 유한한 자원의 남용과 환경오염에서 시작되니, 궁극적으로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를 줄이는 데에 전 지구적 노력이 모여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자면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 지구 상에는 매년 510억t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 중에서 17%가 교통부문에서, 그중 95%가 자동차 교통에서 발생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이동의 필요성을 낮추려면 직주근접하고, 주택과 업무, 쇼핑이 복합화된 컴팩트시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이를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조성하는 일은,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타삼피의 선택이다.

에너지를 교환하고 순환할 수 있는 토지이용이 필요하다. 소각시설의 폐열로 자원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원하고, 데이터센터의 열로 스마트팜을 지원하는 등 관련 시설을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소규모 발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근린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졌다.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을 높이고, 교환하고 순환하며, 자립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플랫폼을 구축하자. 이를 지표화해 상시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탄소흡수기능이 뛰어난 생태녹지 조성을 늘여야 한다.

하천은 산과 강을 연결하는 생태자원의 보고다. 하천과 같은 선형의 녹지는 훌륭한 탄소흡수기능을 가진다. 현재는 방재시설로 방치된 하천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실핏줄처럼 곳곳에 퍼져 있는 소하천과 실개천을 공원으로 복원하면 도시의 곳곳을 5분 거리로 연결할 수 있는 체감도가 높은 공원을 즐길 수 있다. 옥상녹화, 벽면녹화, 실내녹화를 통해 토지가 아닌 건축물 내 입체적으로 조성되는 녹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복합화해가는 추세 속에서 지상공원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원은 1인당 면적이나, 녹지율(%)과 같은 양적 지표로 조성됐다. 체감도가 낮은 이유다. 산과 강을 연결하는 연결녹지(connected green), 모든 시민이 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도달녹지(accessible green), 건축물 내의 수직 녹지(vertical green) 등은 실제로 탄소를 흡수하고 체감도가 높은 뉴노멀 녹지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제 생존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시대다. 생산과 소비,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이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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