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필자가 미국 대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 농구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열정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감독님은 유소년 시절부터 농구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농구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아직도 농구를 사랑하고, 농구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농구 외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농구를 떠나고 싶은 걸까요?”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열정을 가지는 사람이 열정의 대상이 되는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일까?
사실, 심리학자인 밸러랜드(Vallerand) 교수에 의하면, 열정에는 ‘조화로운’ 열정과 ‘강박적인’ 열정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단어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조화로운 열정은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통해 열정을 느끼고, 일과 삶의 조화(워라밸)를 이룰 수 있는 열정을 의미한다. 반면, 열정이 너무 과도해 자신의 삶이 컨트롤 당하고 열정적인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까지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는 강박적인 열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조화로운 열정과 강박적인 열정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강박적인 열정이 생겨나는 시기가 오히려 즐거워서 시작했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즉,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본인의 상승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열정 활동에 강박적으로 빠져들게 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강박적 열정이 자신의 건강과 심리적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농구 감독님의 경우에도 자신은 목숨 걸고 열정을 다해 농구팀을 이끌고 있었지만, 그 열정이 오히려 독이 돼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던 농구에 대한 태도까지 부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즉, 번 아웃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 나는 현재 어떤 유형의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을까? 내 삶을 이루는 다양한 활동들과 조화를 이루며 열정적으로 일하는지. 아니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신을 채찍질하며 맹목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이 있다는 것은 열정이 없는 경우보다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정이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열정을 되돌아보고 이를 리밸런싱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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