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백신 여권’과 여행 자유화

최근 ‘백신 여권’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우리에게 여행 자유화의 희망을 품게 하고 있다. ‘백신 여권’이란 국가 간 이동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과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를 일컫는다.

특정 국가에 입국하려면 예방 접종을 받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백신 여권은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특정 질병이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은 백신을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 또는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발행되는 의료 여권을 제시해야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이동과 여행 자유화를 원활하고자 ‘백신 여권’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인증서의 디지털 통합을 위한 타당성 평가를 지시했고 덴마크 정부도 3~4개월 내에 국민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백신접종 증명서가 포함돼 있는 디지털 여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중국 역시 ‘국제 여행 건강 증명서’를 공식적으로 출시했는데, 암호화된 QR코드에 백신접종을 증명하는 내용과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백신 여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각국에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면역력 기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오히려 재확산의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혹은 개인의 사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접종을 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의 ‘옐로우 카드’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백신 여권’은 전혀 다른 문제를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 유출위험의 큰 문제도 야기할 수 있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필자가 거주 중인 베트남 정부는 ‘백신 여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외국인이 이 증명서를 가지고 입국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14일의 격리기간은 계속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노이 의과대학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응웬 탕(Nguyen Thanh)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이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신 여권이 시행되더라도 바로 여행과 출입국의 자유가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계속돼야 한다.

고동현 하노이 국립대 외국인 교수 / 동아시아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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