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결선투표제’ 시행하자

선거 시즌이 되면 꼭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단일화’다. 단일화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지세력이 분산돼 있거나 자기만의 힘으로는 선거 승리가 어려울 때, 여러 세력이 정치적인 연합을 형성해 선거에 임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다른 나라 선거법에서는 오히려 이런 정치연합을 장려해 각 정당을 그대로 둔 상태로 연합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할 수 있다. 스페인의 연립정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포데모스연합’(Unidas Podemos)이나 프랑스 2017년 대선에서 19.5%를 득표해 기염을 토한 ‘불굴의 프랑스’(La France Insoumise)도 그 실체는 여러 정당의 연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법 제42조의 2항에는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는 이른바 ‘이중당적금지’ 조항이 있어서, 기존 정당을 ‘헤쳐모여’하지 않으면 연합정당 형성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선거에 즈음해 이합집산이 일어나면 기존 정당은 다 사라지고 신생 연합정당이 계속 생겨 왔으며, 단체장이나 대통령을 뽑는 경우는 복잡한 ‘단일화’ 과정이 반복됐다.

입당하느냐 마느냐, 100% 국민 여론 조사인가 당원투표가 일부 포함되는가, 여론조사를 무선전화로만 하는가 유선전화도 포함하는가, 전화를 주말에 할 것인가 평일에 할 것인가…. 수도 없는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밀당을 하고, 유불리를 따지고, 코미디 같은 ‘상왕’ 논쟁도 벌어지는 것이 다 단일화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3자 대결이 유리한지 양자대결이 유리한지 셈법이 복잡했는데, 이도 다 단일화 때문이다.

선거법과 정당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당장 어렵다고 보자. 그 대신 선거법의 한 조항만 바꾸면 이 단일화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프랑스처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거에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와서 ‘과반’의 표를 얻으면 당선이다.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등과 2등을 한 후보만 뽑아서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다.

1차 투표에서 국민의 지지도가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누가 더 지지를 많이 받는지 ‘갑론을박’할 필요가 없다. 마뜩찮은 단일화 옹립 후보에 처음부터 표를 던질 필요도 없다. 결선투표에 올라왔을 때 표를 줄지 말지만 정하면 된다. 결선투표제가 있었으면 1987년에도 ‘후보단일화’니 ‘4자 필승론’이니 가지고 싸울 필요도 없었다.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느니, 국민 여론을 직접 물어서 단일화하면 되지 않을까? 다음 선거부터는 이렇게 하자.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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