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4.시흥 '창조자연사박물관'

태고의 지구로 ‘시간여행’ 떠나요!
1층 공 룡랜드 ‘쥬라기공원’ 어린이 인기코스… 2층 해양생태관은 조개·물고기 천국

시흥시 신천동 신천공원 옆 언덕에 ‘창조자연사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마당에 여러 가지의 공룡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인간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공룡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45억년의 지구의 역사에 겨우 1만년의 역사를 가진 인간이란 종은 생명체 중에서 가장 놀라운 존재임에 분명하다. 과학기술로 무장하여 생명과 우주까지 넘보면서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조차 정복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창조자연사박물관(관장 박승식)을 소개하면서 이런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것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심하지만, 유럽의 환경운동가들은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 환경은 더 이상 인간의 생존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22세기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지구와 인간의 역사는 물론 인간의 오만과 탐욕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벌써 느꼈겠지만 ‘자연의 역사’와 ‘창조’는 어울리기 힘든 개념이다. 전지전능하다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창조’라는 말이 어떻게 자연사박물관 앞에 붙게 되었을까. 사립박물관은 설립자의 생각,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이 분명하다. 신앙의 용어인 ‘창조’와 진화론을 떠올리게 되는 ‘자연사’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을 통해 결합했을까. 종교와 과학의 화학적 만남을 결행한 주인공이 어떤 사람일지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흥시 신천동에 위치한 창조자연사 박물관은 화석 180여점, 광물 190여점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보유하고 있다. 티라노사우르스 등 공룡들이 디오라마기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시흥시 신천동에 위치한 창조자연사 박물관은 화석 180여점, 광물 190여점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보유하고 있다. 티라노사우르스 등 공룡들이 디오라마기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세계에서 제일 큰 바다나리 화석을 보다

휴관일인 월요일에 박물관을 찾았지만, 박승식 관장은 이날도 특별 강의로 시간에 쫓기고 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 최고위 과정에서 ‘성경 속에 나타난 과학-노아의 방주와 대홍수’란 논문으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박 관장은 성경이 과학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목사이기도 하다. 박 관장의 안내를 받아 1시간 동안 박물관을 둘러보는 시간은 흥미로웠다.

박물관 출입구에서 열을 체크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건물 정면에 거대한 화석이 나타난다. 가로4m 세로4.5m에 이르는 커다란 화석은 얼핏 조각 작품으로 보일만큼 특별하다. “해백합 화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석에 속하지요.” 백합(百合)은 ‘나리’를 말하는 것이니, 우리말로는 ‘바다나리’다. 바다나리(Sea lilly)는 바다나리강(학명: Crinoidea)에 속하는 극피동물을 부르는 이름인데, 학명은 백합꽃을 뜻하는 그리스어 “krinon”과 형태를 뜻하는 “eidos”를 결합한 것이다.

극피동물 중 가장 원시적인 바다나리는 얕은 바다와 9천m 깊이의 심해에도 존재한다. 몸이 꽃모양이며 자루를 가지고 해저의 모래진흙에 붙어 사는 이 특별한 동물은 입과 항문이 위쪽에 있다. 다섯 개의 굴곡성이 있는 팔이 잔 모양의 몸에서 뻗어 나와 있으며, 자루가 나와 바닥의 물체에 붙거나 감겨 있다. 현재 약 7천개 이상의 종이 존재하며, 약 1만3천개 이상의 종은 멸종되었다고 한다. 화석 속에는 수억 년 전부터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의 화석도 볼 수 있어 가치가 더욱 높다.

창조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중인 해백합 화석은 동양 최대크기를 자랑한다. 바다나리라고도 불리는 해백합 화석.
창조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중인 해백합 화석은 동양 최대크기를 자랑한다. 바다나리라고도 불리는 해백합 화석.

 

1층 공룡랜드에는 움직이는 공룡 모형 20여 점을 전시한 쥬라기공원과 공룡의 뼈 화석을 재현해 놓은 골격공룡관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블랙홀체험관과 지구의 역사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180여 점의 화석이 전시된 광물관이 있다. 종류동굴로 꾸며 놓은 계단을 통해 2층에 오르자 해양생태관이 나타난다. 진귀하게 생긴 200종 6천100여점의 조개와 180여 점에 이르는 물고기, 수백 종의 예쁜 나비들과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262종의 곤충들도 만날 수 있다.

공룡의 골격화석을 통해 거대한 공룡을 체감할 수 있는 골격공룡관. 윤원규기자
공룡의 골격화석을 통해 거대한 공룡을 체감할 수 있는 골격공룡관. 

 

■우주의 신비와 생명의 위대함을 발견하다

우주와 생명체에는 현대 천단의 과학 지식으로도 설명해주지 못하는 사실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화성탐사선이 화성 표면에서 물이 흘렀던 흔적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물이 생명체와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은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다 아는 기본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정말 물이 있으면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는가. 세포 속의 주요 성분인 RNA나 DNA나 단백질들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현대의 첨단과학도 생명의 신비를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한다. 광활한 우주로 눈을 돌리면 인간의 존재는 더욱 작아진다. 허블망원경으로 촬영한 우주 사진을 보면서 과연 우주 속에 지구처럼 아름다운 별이 또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티라노사우르스 등 20여마리의 다양한 공룡들이 음향과 함께 움직이는 '공룡랜드' 전시장. 윤원규기자
티라노사우르스 등 20여마리의 다양한 공룡들이 음향과 함께 움직이는 '공룡랜드' 전시장. 

과학기술은 자연과 인간에 대해 신적인 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거나 초월적 차원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끌고 있다. 과학기술만능주의는 무신론을 확장시키고 있다. 찰스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은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은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사회생물학을 주창했고, 이러한 영향을 받은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적 무신론을 강화시켰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을 통해 “인간의 이성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진리의 근거와 기준은 오직 현대의 자연과학적 방법론뿐”이라고 주장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우주의 자체적 생성을 주장하며 무신론을 주장했다. 현대 교회는 신의 권능에 의한 세상과 인간의 창조를 가르치면서도 진화론을 전적으로 배척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창조자연사박물관은 아주 특별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윤원규기자
양추아노사우르스 화석.

거듭 강조하지만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단세포 동물인 아베마가 가진 생명의 질서조차 과학은 명쾌하게 풀어내지 못한다. 별을 연구하다가 그 신비로운 우주의 질서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천문학자들도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존재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꾸짖는 듯하다.

지질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1881~1955)은 ‘과학과 신앙의 조화’를 추구한 가톨릭 신부이다.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지질학과 고생물학, 고고인류학 분야를 계속 연구하여 소르본대학에서 자연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29년 ‘북경 원인’을 발굴 했다. 샤르댕 서거 50주년인 2005년에 유엔(UN) 본부가 ‘인류의 미래-테이야르의 현대적 의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정도로 그의 업적은 현재에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신앙과 과학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우주의 발전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점진적 진보를 강조했던 샤르댕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화석과 광물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면 이제 밖으로 나가자. 박물원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에서 풀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싱싱한 기운을 느껴보자. 생명의 봄이 무르익고 있다.

박제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조류관의 모습. 윤원규기자
박제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조류관의 모습.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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