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governance)란 개념이 있다. 흔히 협치(協治)로 번역된다. 국가나 지자체같은 공공 영역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면서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거버넌스가 가능하다. 체육계도 물론 마찬가지다. 남상우 충남대 교수의 논문 ‘스포츠 거버넌스의 지속 가능성’을 보면 거버넌스 모형은 대략 네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머릿속에 세로축과 가로축을 쓱 그려보자. 네 개의 공간이 나올거다. 세로축은 권한의 집중도를 뜻한다. 위로 갈수록 권한이 집중되고 아래로 갈수록 분산된다. 가로축은 안정이냐, 변화냐를 보여준다. 왼쪽이 안정 지향적이고, 오른쪽은 변화 지향적이다. 이렇게 세로축과 가로축의 의미를 부여하면 네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권한이 집중되면서 별로 변화하지 않는 공간을 위계적(hierarchy) 모델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 거버넌스의 거의 대부분은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이 모델의 대각선 지점인, 권한을 분산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공간을 열린 체계(open systems) 모델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에게 권한이 나눠지고 개혁적이니 매우 이상적으로 보인다.
반면 권한은 집중돼 있으면서도 변화를 시도하는 공간도 있다. 이를 합리적 목표(rational goal) 모델이라 부른다. 남 교수는 이 모델을 ‘많은 국가들이 스포츠 거버넌스와 관련해 채택하는 모델이며 짧은 시간내에 최대의 효과, 특히 시스템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권한은 분산됐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자치(self-governance) 모델도 있다. 독일의 스포츠클럽처럼 이미 잘 돼있는 시스템을 분산된 권한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사례에 해당된다.
국내 17개 시ㆍ도 체육회가 민선 회장 선출과 법인화라는 환경 변화에 따라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는 공공영역과 민간단체인 경기도체육회의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새로운 체육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권한은 집중된 가운데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위의 네 가지 거버넌스 모형 가운데 합리적 목표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체육 거버넌스가 위계적 모델에 머문다면 많은 참여자들이 편할 수 있다. 과거에 하던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도민의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모두 변해야 한다. 경기체육의 새로운 방향성은 그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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