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술에 관대한 나라

외국의 드라마를 보면 노숙자들이 술병을 종이봉투에 감싼 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방영된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후에 알고 보니 그 나라에서는 술병을 공개적으로 놓고 마실 수가 없고 그럴 경우 경찰에 의해 처벌이 되기 때문에 종이봉투에 싸서 보이지 않게 하고 마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1인당 술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둔감하고 모른 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음주운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형사범죄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주취자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조금 달라지고 있지만, 범죄자가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하면 어느 정도 관용적으로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술과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비슷한 이미지이나, 술에 대한 규제보다는 담배를 훨씬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느낌이다. 당장 담뱃갑에 인쇄된 사진만 하더라도 각종 암이나 심혈관계·구강·비뇨기과 질환을 경고하는 사진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 소주나 맥주를 광고하는 포스터나 입간판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술에 대한 규제 관련 예산도 금연정책 예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에서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탓에 청소년 음주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술을 구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주를 할 수 있는 관대한 문화 등 일상 속에서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술로 인한 범죄에 대한 관용적 분위기도 해소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남수 법무법인 A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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