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새봄에는 도시농부가 되어보자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올라가 인사하는 곳, 우리 집 옥상텃밭-이곳에서 뜯은 무공해 채소는 심한 아토피로 고생했던 아들과 당뇨와 혈압으로 늘 걱정이 많았던 남편의 건강을 지켜준 1등 공신이다.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에는 현장활동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기 쉬운 소방관들의 정신적인 휴식공간으로 소방서 공동텃밭을 가꾸고 있다. 틈만 나면 텃밭에서 풀을 뽑고 물을 주다 보니 최고의 헬스장까지 선물 받은 것 같다.

#우리 중학교는 80평의 밭에서 감자, 고추, 가지, 상추 등을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가꾸고 수확한다. 급식에도 사용하고 일부는 지역사회에 기부하면서 농부의 땀과 정성을 깨달았다. 학교텃밭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최고의 파티장이다.

몇 해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주최한 ‘도시텃밭대상공모전’에 입상한 경기도민들의 사연이다. 또한 올해 경기도민텃밭 접수결과 개인 3천700명 이상, 단체 60개 이상이 신청하는 등 성황을 이룬 것도,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우울한 ‘코로나블루’ 시대에서 도시농업을 통해 치유 받고 싶은 본능의 표현일 것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치유농장 활동이 노인들의 우울감을 60% 감소시키고, 학교텃밭 활동이 학생의 폭력성과 우울감을 각각 4.3%, 5.3%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내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2013년 1조6천억원에서 2017년 3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새봄을 맞아 인류의 유전자인 경작본능으로 ‘나는 도시농부’가 되어보자. 베란다에 화분을 활용한 채소 키우기, 옥상에 들여놓은 미니텃밭 등 소규모 도시농업으로도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연결할 수 있다. 농업의 가치와 문화를 더 넓게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전략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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