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내 인생의 타임 아웃 전략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으면 종종 목격되는 상황이 있다. 박빙의 상황에서, 혹은 위기에 빠진 팀의 감독이 타임 아웃을 요청해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독려하는 경우다.

타임 아웃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흐름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는 흐름의 싸움이기 때문에 양 팀 모두 경기의 흐름과 주도권을 잡고자 고도의 심리전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한팀이 경기의 흐름을 잡게 된다면 상대팀은 이를 뺏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시도하는데, 감독·선수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통제력 높은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타임 아웃을 부르는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의미 없이 견제구를 던지거나 코치가 타임을 부르고 마운드를 방문해서 별다른 지시 없이 투수의 몸 상태만 체크하는 경우도 상대방의 타이밍을 뺏거나, 상대팀으로 넘어가려는 흐름을 잡아두기 위한 심리전의 형태라 볼 수 있다.

실적에 대한 압박감, 무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어찌 보면 스포츠 상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스포츠의 타임 아웃 전략이 줄 수 있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지금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삶의 흐름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생각된다면, 짧은 시간이나마 과감하게 타임 아웃을 불러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타임아웃을 부를 수 있을까? 물론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나 주변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회가 많지 않다. 감정노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앨리샤 그랜디(Alicia Grandey) 교수는 감정노동 전략 중 하나로 ‘주의집중 분산’ 전략을 소개했다.

이 전략은 마라톤 선수들이 숨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기 위해 심폐 상태보다는 외부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특정 (필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들을 주변에 의도적으로 배치해 휴식이 필요하거나 생각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 그 자극들을 바라보면서 본인의 감정상태를 조금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게 하려는 전략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진이나 동기 부여를 높여 줄 문구들, 초심을 떠오르게 해줄 물품들을 업무 공간 주변에 배치해 두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이러한 시도들을 이어 간다면 수동적으로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에게 필요한 감정들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며 적극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예훈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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