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맞을 줄 알았는데, 여름에나 가능하다네요.”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P씨(79)는 2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를 듣고 실망했다. 그는 지난 5일 주민센터에 백신 접종을 신청하면서 “빠르면 4월 안에 가능하다”고 들었다. 월말이 다가오며 마냥 기다리던 P씨가 연락하니 “현재로선 6, 7월에나 순서가 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수원시에 사는 L씨(81)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L씨는 예정된 백신 접종 사흘 전 “일정이 미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담당 공무원은 다음 접종 일정에 대해 “안내하겠다”며 확답을 주지 못했다.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이날로 3주째를 맞았으나 경기지역 곳곳에서 “내 순서는 언제냐”는 하소연이 속출하고 있다. 백신 부족으로 접종 일정이 미뤄지면서 지자체마다 이 같은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경기도 전체 대상 인원은 75만6천650명인데, 이날 기준 도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아 각 시ㆍ군에 전달한 물량은 약 22% 수준에 그쳤다. 도 관계자는 “백신 들어오는 양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시ㆍ군에 배분하는 물량도 일정치 않다”고 설명했다.
들어오는 백신의 양이 적다 보니 지자체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는 ‘고령자 우선’ 원칙을 세웠다. 접종을 희망하는 시민 중 나이가 많은 순으로 1차 접종을 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천시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 감염우려가 많은 지역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정작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센터에 가까이 사는 사람부터 접종하는 ‘근거리 우선’ 원칙을 권고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90세 어르신이 ‘옆 동네는 나보다 어린 80세가 맞았는데, 왜 나는 아직이냐’는 등 항의가 빗발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자체는 이런 우선순위 결정도 ‘사치’다. 화이자 백신 접종 시작 20일째지만, 가평군과 오산시, 양주시 등은 4월 말부터 5월 초에나 접종 개시 예정이다.
접종을 시작한 도내 지자체간 접종률 편차도 크게 벌어졌다. 하남시의 백신 접종률은 이날 접종 동의자 기준 54.5%로 낮은 접종률을 기록 중인 용인시(11.6%)와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방역당국은 “노인 인구에 비례해 백신을 배분하는 게 원칙”이라며 “비교적 예방접종센터가 적은 곳이 접종률이 낮게 나타난다”고 했다.
김승수ㆍ김해령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