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농민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세상

지난 19일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를 통과해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조례안 1조는 ‘경기도 농민에게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해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고, 농민의 사회적 참여 촉진과 사회적 기본권 보장 및 농업ㆍ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조례안 5조 ①항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 개인에게 지급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기본소득의 ‘개별성’ 원칙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농민수당’은 가구주에게만 지급되는 한계가 있었는데,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개인’ 지급 원칙을 관철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농민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정신에 입각해 농민으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본소득을 먼저 실시하고 이 경험을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어떤 영역이 그런 영역으로 적절할 것인가? 나는 농업, 농촌이야말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마중물’로서 기능 할 최초의 실시 영역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농업은 식량의 기지이자 생명창고로서 농업이 소멸하면 공동체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농업, 농촌은 수자원, 토양, 경관의 보전과 전통과 문화의 보전이라는 ‘공익기능’을 가지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농민에게 지급된 지역화폐는 소상인ㆍ자영업자에게 흘러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농민기본소득은 도시로부터 농촌으로의 자연스러운 인구 흐름을 만들어 내어 농촌 소멸과 도시 과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농민기본소득에 자극을 받아 여러 다른 직종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면, 이 또한 긍정적이다. 그것이야말로 전 국민적인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모두의 바람이 모이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다. 첫째, 현재 경기도에서 농민기본소득을 지급받을 농민은 4개 시ㆍ군 5만5천명 정도이다. 경기도 전역의 농민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월 5만원(연 60만원)은 농민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서 미흡함이 많다. 예산을 늘리고 부적절한 농촌 관련 사업비 등을 줄여서 지급액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서류상으로만 ‘농업인’일 뿐 실제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고 ‘농업 경영체’에는 등록돼 있지 않으나 실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례안 11조에 규정돼 있는 ‘농민기본소득위원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농민이 살아야 모두가 산다.

김찬휘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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