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법은 1962년 9월17일 공포됐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체육을 통해서 전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를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법이었다. 훗날 ‘한국 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민관식 당시 대한체육회장은 공화당 국회의원 시절인 1963년 3월 이 법의 개정안을 주도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수와 지도자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983년 동법을 전면 개정했다. 체육진흥의 목적에 ‘국위 선양’이라는 항목이 뚜렷하게 추가된 것이 이때였다. 국가가 나서서 엘리트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스포츠가 기여한 역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정희가 만들고, 전두환이 전면 개정한 국민체육진흥법은 지금도 국내 스포츠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대해서 가장 둔감하고, 자기 보호적이며, 폐쇄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체육계라는 지적은 뼈 아프다.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 내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 6월26일 국회를 통과했던 일명 ‘최숙현법’의 정확한 명칭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었다. 이를 통해서 체육진흥의 목적이 ‘국위 선양’에서 ‘체육인 인권 보호’와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 등으로 수정됐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제정 이후 스포츠계의 현실적, 법률적 문제 해결 수단으로만 기능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스포츠 관련 법령의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6월9일 또 하나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방체육회를 법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도의회는 개정안 시행에 앞서 ‘경기도 체육진흥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마련해 지방체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경기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의 근거를 확보했다. 체육진흥센터가 기존의 경기도체육회와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위원석 경기도 체육정책자문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