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으나 어진 백성은 둥지 틀 자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골고루 편안하게 둥지를 마련해줘야 할 지방관리들이 오히려 백성을 힘들게 하고 있다. 백성은 시달려 야위고 병들어 쓰러지는데 백성을 돌볼 목민관(牧民官)은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들만 살찌우고 있다.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이를 탄식한 망국의 풍조를 백성과 함께 아파했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한 대목이다. 옛 지방관리들의 잘못된 사례를 들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설명하는 목민심서는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공직자를 위한 지침서로 널리 알려졌다.
LH 투기 사태가 불쏘시개가 돼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모든 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이해충돌방지법이 8년 만에 통과됐다. 이번에 터져 나온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의 전면적 강력 수사에 대한 요구는 본격적인 토지 개념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공직자와 공기관 직원들이 특정 정보를 취득해 이를 토대로 투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요나라에 살았던 허유는 뱁새가 깊은 숲에 깃들여도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함에 지나지 않으며 생쥐가 강물을 마셔도 제 배 하나 채우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이 힘들어 번 노동의 대가보다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누가 힘들여 일하고 누가 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겠는가. 여기에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 요구를 짓밟았고 대다수 공직자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려 부끄럽고 아픈 일이라며 부동산 적폐청산을 위해 전방위적 총력전을 당부했다.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비양심적인 공직자들은 재수 없어 시범적으로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2천년 전에 맹자는 자기 양심의 가치가 개 한 마리 닭 한 마리 값만도 못할 리 없는데 자기 집 개나 닭이 내빼면 그것을 찾을 줄 아는 인간이 자기 양심이 내뺀 줄도 모르니 진실로 가련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내부정보를 통한 부동산 투기와 불법농지 취득, 기획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199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공무원과 LH 직원 등 총 11명이 구속되면서 ‘지키는 놈을 누가 또 지키리라’라는 로마 격언을 상기해본다. 욕심을 이루는데 목표를 두지 말고 하루하루를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공자는 이(利)를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의로움을 보면 생명을 바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추앙을 받는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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