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손목시계

지금은 스마트폰에 밀려 사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내 손목에는 기계식 시계가 채워져 있다.

기계식 손목시계를 고집하는 이유는 휴대전화보다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적당한 무게감이 주는 이질감과 촉감이 기분 좋게 만들고, 팔찌처럼 멋진 장신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손목시계는 편리하다. 굳이 번거롭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회의가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정치인의 특성상 손목시계는 예의에 벗어나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모든 물건들이 전자식을 지향하고 있을 때, 기계식 손목시계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도 좋다. 정교한 톱니바퀴에 의해 초침과 분침, 시침이 각자의 시간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보노라면 외눈 안경을 끼고 정성스럽게 시계를 만들고 있을 시계공이 그려진다. 마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인쇄된 편지만 보다가 몽당연필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쓴 자필편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손목시계 효용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다 보면 사람들의 눈길은 내 손목으로 향한다. “손목시계를 그렇게 좋아하니 비싼 명품 브랜드의 시계를 차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내 손목에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 평범한 시계가 채워져 있다. 아내가 “정치인에게는 시간이 제일 소중합니다. 약속을 꼭 지키는 정치인이 되길 바랍니다.”라면서 선물한 시계다. 드레스 코드에 따라 손목시계를 바꿔 차긴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시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식 때 50달러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차고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전의 교황들이 사용하던 값비싼 브랜드 시계보다 더 품격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명품은 브랜드명이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는 아내가 선물한 손목시계가 명품이다. 손목시계를 보다 보면 항상 아내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온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도민들에게 한 약속들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내가 손목시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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