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물포고 이전 갈등 해결 인천시가 나서야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제물포고등학교의 송도 이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지역 내 주요 갈등요인으로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과 제물포고등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기존 학교를 재배치하는 것을 그 타당성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지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제물포고의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쉽게 납득할 수 없고, 대안으로 제시하는 교육복합단지의 명분과 실효성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서 해당 자치구인 중구와 동구의 의회도 나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하면서 공식적으로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고 앞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에 따른 인구유입 등 학령인구 증가요인과 공교육 정상화 노력 등이 반영되지 않아 이전은 철회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입장이다. 제물포고 이전에 대해 시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으로 조속한 갈등해결 방안의 모색이 절실하다.

갈등해결 방안의 모색을 위해서는 제물포고 이전의 지역적 특성을 공감하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1954년 동인천에 설립된 제물포고는 인천지역의 명문고로 줄곧 자리 잡아 왔다. 1960~70년대에 서울 명문대에 무더기로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명성을 날려 인천을 대표하는 고등학교다. 인천의 유명인사 다수가 제물포고 출신이며 한때는 제물포고 출신이 아니면 인천에서 행세하기가 어렵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따라서 유명인사들로 구성된 제물포고등학교 총동창회가 이전을 촉구하고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주민들의 우려를 자극하기도 한다.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는 단순한 교육의 경제적 논리만의 역할보다 보이지 않는 사회경제적 기여가 훨씬 크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열정이 높아서 교육인프라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은 단순한 수치로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 서울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가 강남개발에 따른 이전으로 형성된 ‘강남 8학군’이라는 명성 때문에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그 대표적이다.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 되가는 모습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도심의 재생을 시정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행정과 재정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제물포고 이전으로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을 인천시는 직시해야 한다. 원도심 재생을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제물포고 이전에 대해 인천시가 앞장서서 해결을 모색하는 진정성을 보일 때이다. 시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주민들 간의 대립을 더 이상 지켜만 보지 말고 크고 먼 시야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인천시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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