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프트웨어적인 부동산 정책 필요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11만 가구 등 13만1천가구의 신규 택지 발표를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ㆍ4대책에서 발표한 전국 83만6천가구 공급계획 중 가장 쉬운 공급방법이라는 공공택지 물량은 26만3천호인데 이중 11만9천가구의 택지만 공개됐다. 나머지 물량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후보지에서 외지인 거래가 급증하는 등 투기의심정황이 포착되면서 발표가 연기된 것이다.

공공시행 정비사업으로 13만6천가구는 하반기 후보지 공개예정이지만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9만6천가구는 1차와 2차 후보지 34곳 3만8천가구를 발표했지만, 역시 후보지 발표만 했지 실질적인 진행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소규모 정비사업 11만가구는 10% 정도만 후보지를 발표했을 뿐이다. 비주택 리모델링 4만1천가구와 신축매입 6만가구는 아직 미정이다. 2ㆍ4대책 발표 이후 3개월간 정부가 확보한 물량은 전체 물량의 21%인 17만7천700가구 뿐이다.

계획을 발표했으면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빨라야 5년 늦으면 10년 후에도 입주물량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자심리 안정이라는 단기효과는 25번의 부동산대책 실패와 LH 투기 의혹으로 정부정책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공급후보지를 발표만 한다고 나오지는 않는다. 긴 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적인 공급정책은 과수요를 제외한 정확한 수요예측을 한 후 정해진 공급물량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된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긴 시간이 걸리는 하드웨어적인 정책이 아니라 단기간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이다. 수도권 30만호, 지방 광역시 80만호의 공급계획을 하겠다는 2ㆍ4대책 3080+의 의미를 아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발표된 부동산정책은 그들만의 보고서일 뿐 정작 당사자인 국민은 내용을 기억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한다. 3기 신도시와 태릉골프장 부지 정도만 기억하지 나머지 120만호, 30만호, 80만호 등의 공급숫자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추가 발표보다는 차라리 발표됐던 후보지들의 진척상황과 향후 일정을 주기적으로 브리핑해주면서 공급의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

일관성 없는 대출규제와 종합부동산세 논란으로 신뢰를 더 잃을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실수요자들한테는 대출한도 상향조정, 보유세 부담 완화를 해줘 주택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이런 실수요자들한테 시세보다 10~20%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다주택 보유자한테는 양도세 중과배제를 시켜줘서 단기간에 매물증가, 시세하락, 실 수요자 내 집 마련, 다주택자 출구전략의 여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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