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나리의 윤여정, 역사를 쓰다

배우 윤여정이 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애써 기른 농작물은 모두 엉망이 됐지만 아무렇게나 자란 미나리만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 처음 공개된 이후 화제를 몰고 왔다.

미나리는 봄부터 시작해 가을 찬 서리까지 우리 주변에 있어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미나리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식용과 약용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다. 습지나 음지에서 잘자라고 항암과 염증치료에 특효로 알려졌다. 해독제로 쓰이는 미나리는 음식물 섭취로 부작용이 있을 때 처방하는 가정상비약이었다.

두 살 터울인 가수 조영남과 윤여정은 1970년대 초 음악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영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윤여정은 ‘한국에도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천부적인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노래하는 모습에 깊이 빠진 윤여정은 1974년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으나 조영남의 불륜으로 1987년 이혼했다.

두 아들을 양육하고자 연예계에 복귀해 TV드라마에서 영화까지 억척스럽게 연기한 그는 생계형 배우가 됐다. 

<미나리>는 여배우로서 이미지 관리보다 매력적인 배역 도전에 집중하는 윤여정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동료와 주변인들이 윤여정에 대해 공통으로 꼽는 단어는 ‘솔직함’, ‘쿨한 매력’, ‘파격적인 역할 선택’, ‘도전’ 등이다. 이름이 알려진 배우임에도 적게 든 초저예산 영화 미나리를 선택한 것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었기에 가능했다.

오스카 수상의 벅찬 마음에 가시지 않을 4월25일 오후 9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윤여정은 한국 특파원과 마주 앉았다. 솔직 당당 배려의 언어로 인생철학을 설명했다. 오스카상 수상으로 달라진 것은 없으며 윤여정의 삶은 살아온 그대로 변치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절실해서 연기했고 두 아들과 함께 먹고살려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실을 맺었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한국의 여배우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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