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끝내려면 끝판왕을 잡아야 한다. 끝판왕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 나오는 캐릭터는 말 그대로 ‘주변인’일 뿐이다. 그런데 이 게이머는 ‘주변인’만 상대하고 있다. 그 사이 끝판왕의 힘은 더 강해지고 있다. 같은 게임을 하는 다른 게이머들은 끝판왕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K-방역을 주창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2017년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앤드루 워드 박사는 여러 종류의 코로나 전염병을 막으려면 미리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연구 목표는 뛰어나지만 범용 코로나 백신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며 연구비 지원을 거절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 팬데믹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계는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IAID는 지난해 11월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긴급 연구 과제를 공모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는 지난 3월 범용 코로나 백신에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와 관련, K-방역을 앞세워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대한민국은 어떤가. 근본적인 해결책인 백신 개발은 고사하고, 외국에서 개발한 백신조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에게 제대로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2차 이상의 접종을 끝내 실외에서 ‘마스크 아웃(OUT)’을 선언한 이스라엘과 영국이 부러울 따름이다. 외국의 성공사례를 부러워하는 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게임의 전략을 수정할 때다.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시대, 자가진단키트나 특수 주사기를 만들어 목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우선으로 해야 할 백신 개발은 산 넘어 산이다. 끝판왕을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진리를 깨닫길 바란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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