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1주년을 맞는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이제 역사가 돼버린 오랜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이다. 당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다 머리를 맞아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싼 시민의 모습은 어쩌면 2021년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반 쿠데타 시민들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장면에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데자뷔다.
군부 통치와 민주화를 경험한 한국 처지에서는 지금 미얀마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이제 미얀마 항쟁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 시민 불복종운동에 이어서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을 폐기하고 ‘연방 민주주의 헌장’을 선포했다. 항상 법 위에서 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력의 악마적 측면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권력자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줘야만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전제에서 모든 것은 법에 따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패권적 힘의 정의보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역사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먼 나라지만 국가의 경계를 넘어 미얀마의 상황을 보며 군부독재를 반대하고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지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도 더한층 사회적 갈등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나가고 지켜내고자 노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불평등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잠재된 갈등과 분노를 차단하고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곳이든지 기세등등하고, 상대를 보지 않는 차별적이고 오만한 ‘힘의 정의’는 우리 사회를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할 뿐이다. 다음 시대에는 단순히 민주 정치를 하는데 만족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민주 정치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980년 오월의 광주와 2021년 미얀마는 이미 연결돼 있다. 5ㆍ18 민주화 운동이 미얀마인들의 희망이 되고, 평화를 되찾는 길이 되길 바란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