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의정24시-의정MIC] 문화복지위원회 김성준 시의원 “외국인노동자 관련 조례 제정 단상(斷想)”

▲ 문화복지위원회 김성준 시의원 2
문화복지위원회 김성준 시의원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안 숙소에서 30세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포천 일대는 한파특보가 내려진 상태라 동사일 가능성이 컸지만,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토대로 병사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외국인노동자의 죽음이 한파특보가 내려진 상황에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한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었고 이를 계기로 외국인노동자의 처우가 다시금 조명됐다. 그리고 10일 후 포천시는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포천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1만5천명이다.

외국인노동자가 2만5천명인 우리 인천의 상황은 어떨까? 필자는 지난해 9월 ‘인천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를 대표 발의했다. 당시 조례안은 산업경제위원회에서 심사했으나 인천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체납이나 노동착취 등 노동실태에 대해 질문을 받은 일자리경제본부장은 “언론을 통해 그런 내용을 알고 있으나 인천의 실태는 자료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조례안을 준비하면서 해당 부서의 의견조회를 요청했을 때도 부서 지정에만 2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노동정책과가 속한 일자리경제본부로 정해진 것을 보면 실태조사나 현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인천의 외국인노동자는 임금체납 등 노동실태에 대한 아무런 현황 자료도 없이 그저 2만5천명이라는 수치로만 존재할 뿐이다.

결국 산업위는 이 조례를 부결했다. 유사한 타 센터와의 기능 중복이 부결 이유다. 이미 운영 중이거나 설치 예정인 기관의 기능을 강화해 외국인노동자 사무를 전문으로 할 수 있다는 일자리경제본부장의 의견이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인천만의 지역 특성과 실태를 반영한 조사나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가족다문화과의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는 인천에 사는 10만명의 외국인을 위한 종합지원을 단 2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노동 분야 상담 기능은 없다. 노동정책과에서 설치 예정인 기관은 일반적인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곳으로 이 역시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전담 기관은 아니다.

필자는 이 조례를 직접 본회의에 상정하려 25명의 동료의원 동의도 받았지만, 의장단과 논의해 조례를 수정·보완한 뒤 다시 발의했다.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심의했고 이후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문복위 심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보수시민단체의 반대의견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조례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문자와 전화 그리고 메일과 팩스 등으로 보내왔고 직접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내온 모든 의견은 문복위 의원들과 함께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또 가족다문화과가 속한 여성가족국장은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의 기능 강화를 통한 사업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필자가 지난해 9월 조례안을 발의하고 10월 본회의를 통해서도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계획 마련도 없이 그저 검토하겠다는 종전 입장만 반복한 것이다.

외국인노동자가 임금체납, 학대와 폭력, 산재사고 등 인권침해와 노동권익 침해를 겪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인천시는 어느 부서, 어느 기관에서도 관련 통계나 실태조사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통계나 실태조사 자료가 없으니 관련 정책은 수립될 수도 없는 상태다. 이것이 외국인노동자 지원을 전담하는 센터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의미는 단순히 국가 사무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국가 사무의 역할 속에서 지방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 스스로는 목소리를 내기도, 권리를 찾기도, 주장하기도 어려운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익 보호는 우리가 모두 함께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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