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벚꽃 또 저렇게 지는데

저 토록이나 사랑이 깊었나 보다

내 그때도 그랬었지

그 나무 아래 내리던 건

꽃비 꽃비, 꽃 비-

붉던 두근거림이 파랗게 출발을 알리는 신호에

천천히 미끄러져 스치는

내 얼굴 가까이 활짝 피던 그대의 체향처럼

차에 실려 온 꽃잎들 화르르

꽃비 속에 우두컨한 시선은 그때

쓰러지던 학생들 위에

위로인 양 내렸지

저 꽃비, 그날의 아우성이야

호사였으면 좋았을 걸

죽음 위에 내리다니 너무 울화가 터져

꽃잎이 안경에 달라붙어 장면이 지워지네

1960년 4월19일이 말야

저토록이나 슬픔이 깊었었지

내 그때도 그랬었지

거리에 내리던 건 아우성들의

핏빛 핏빛, 핏- 빗-

 

이영균

<좋은 문학> 시 등단

<소설미학> 동화 등단

국제 PEN한국본부 인천지역위원회 감사

서울시인협회 이사

시집 <하얀 아침> 외 5권

동화집 <푸른 강변마을의 느티나무>

「좋은 문학」 대상, 한국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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