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특정한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건강도시는 의료보건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환경, 문화, 복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건강을 내재화(Health in All Policies)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가 건강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건강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원할 법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도시의 법제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필요하다.
첫째, 2021년 5월 현재 우리나라는 10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는 건강도시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법 근거조항이 없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마치 부모 없이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이제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건강권’을 법률이 받아주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건강도시는 지방분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역주민의 건강은 지역에서’ 책임지는 커뮤니티 케어다. 건강사업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셋째, 국민의 약 92%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인구밀집지역이다. 도시가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해진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걷고 싶은 산책로를 만들어 주는 것, 여가와 힐링의 건강한 도시 숲을 만드는 것,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감 어린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모두가 ‘건강도시’ 사업에서 비롯될 것이다. 예산이 수반되는 건강도시 사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부디 이번에 건강도시가 법제화돼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건강도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건강도시법은 건강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 땅에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되길 기대한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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