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된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멈출 줄 모르는 기세를 이어가며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백신의 개발과 접종 시작에도 세계 각국에 퍼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불명확성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생존을 위한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력한 봉쇄로 초기 확산을 저지했던 몇몇 국가들마저 결국 바이러스의 침투를 이겨내지 못했다. 아예 코로나19가 2차 대전 이후 국제질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약화도 초래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자료축적, 정보교류, 전문성으로 국가 간 이익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공동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버넌스임에도 초기에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응에서도 회원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무역, 금융, 환경 등 각 부문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약화되는 가운데 WHO의 미숙한 초기대응은 이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축 속에 세계 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아예 ‘세계화’라는 기치가 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국가주의,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개별 국가들은 코로나 피해감소와 방역이라는 내부적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자신의 생명과 안녕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에 크게 의존하게 됐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부각되고 권한도 강화될 것이다.
지방분권과 혁신을 내세운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도 필연적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가 방역과 피해지원 등에 대해 적극적·독자적인 자세를 취하자 주민들의 관심도 대폭 늘어났다. 재난 상황에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는데 여기에 대처하는 공동체적 관심이나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의 주장에 불과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도 확대·개선됐다. 앞으로 넓게는 국가, 좁게는 지역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향후의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국가, 국민, 지역, 주민 등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제 ‘지역’은 우리 삶과 미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존재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과 지역공동체는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 시대 지역에 대한 성찰과 연구가 더욱 필요해졌다.
이지훈 경기학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