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삶의 질 결정할 ‘GTX-D 서울직결’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GTX-D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한 교통불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신도시 정책의 근본적 왜곡을 바로잡아 주민들의 권리와 교통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당한 의사 표현의 과정인 것이다.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의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 약속을 믿고 이주를 결정했지만, 실제 교통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광역교통 때문에 교통난이 심각하다. 2기 신도시가 이미 교통지옥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3기 신도시가 예정된 지역 역시 광역교통 대책 없는 인구 증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수도권 서부권에서 특히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김포·검단의 2기 신도시 주민들은 혼잡도 285%에 이르는 경전철이 유일한 철도교통인 실정이다. 2007년 이후 수도권 전체에 22개의 광역교통 시행계획이 수립되는 동안 김포축은 단 1개의 노선도 배정받지 못했다. 교통지옥과 불균형을 해소해 달라는 강력한 의사표시는 ‘이유 있는 분노’인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광역교통 대책 마련 요구를 집값을 의식한 지역이기주의, 핌피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고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GTX가 집값을 견인하는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교통망 구축이 신도시 건설보다 평균 10년 이상 더 걸렸기 때문이다. 입주 당시부터 교통대책을 기대한 부동산 가격이 형성됐으나 나중에 교통망이 구축되며 부동산 호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광역교통망 구축의 미스매칭 때문에 발생한 문제임에도, 집값 때문에 광역교통망 구축을 미루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며 주민들에게 정책 미비에 따른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격차가 가장 큰 경우 출근 소요시간에 따른 행복지수가 △30분 미만 7.1점 △90분 이상 4.9점으로 무려 2.2점이 났다. 통근 거리가 길면 뇌혈관 질환, 우울증과 요통의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역교통 문제는 편의를 넘어 삶의 질을 결정짓는 ‘교통정의’의 문제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지난 4월22일 공청회 이후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이달 말 확정 고시된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이유 있는 분노’를 직시하고,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서부권에 제대로 된 광역철도교통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신도시 정책의 왜곡을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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