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옆 외딴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아들로 숨을 마쳤노라. 내 손엔 범치 못 할 총 한 자루, 머리엔 총탄이 뚫고 간 철모.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이제 나는 피곤한 몸을 쉬고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1950년 7월 그믐 광주 전투에서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고(故)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올해로 제66회 현충일 행사가 전국 185개 지역에서 추념식이 개최됐다. 6월6일이 현충일로 제정된 유래는 예로부터 음력 6월6일 망종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에서 비롯됐으며 고려 현종 5년 6월6일에는 조정에서 장정들의 유해를 집으로 봉송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6ㆍ25 한국전쟁의 휴전(休戰). 일시적으로 멈춘 지 68년 고향 사립문 밖 전선으로 기약 없이 떠난 아들을 위해 장독대 정한수 떠놓고 무운(武運)을 빌며 애끓는 세월의 기다림 어머니의 한은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의 상처만 남긴 채 고인(故人)이 됐다.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삶까지 포기한 전우들 포성이 끊긴 어느 날 낯선 골짜기 비바람 눈보라에 잊혀 가는 기억의 저편 흔적의 영혼을 끌어안고 통곡해 본다. 올해에도 현충일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추념 행사는 반복되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대다수 국민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하는데도 인색하다. 오히려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이방인(異邦人)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를 산하(山河)에 묻혀 싸우고 있다고 무언(無言)의 외침을 하는 전몰용사들 그러나 많은 젊은이 들은 6ㆍ25전쟁과 현충일이 뭐냐고 묻는 현실에 와 있다.
우리는 과거 왜 허약하고 슬픈 민족이었는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라틴 말이 있듯이 평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나라와 국민이 가장 허약하고 타락했을 때 찾아온다고 했다.
나라가 죽고 민족이 죽어 모든 나라가 동정하기보다는 손가락질하는 같은 민족의 전쟁은 우리 민족이 안는 아픔이다. 과거조차 회상하지 못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을 때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휴전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해마다 6월을 돌아본다.
이명수 동두천 문화원향토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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