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전 세계 열일곱 곳에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독일의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다. 나치 독일의 대학살로 희생된 유대인 600만명을 추모하는 곳이다. 입구의 낮은 회색 석조물로 시작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높은 돌들로 기념비를 세워놓았다. 인상 깊은 것은 맨 뒤편의 돌에 새겨진 비문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는 자가 받는 보응은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세계 곳곳에 세웠을까, 이 마지막 비문의 의미는 무엇인가? 후대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깨닫고 두 번 다시 그러한 비극의 역사를 만들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리라.
E. H.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여기에는 창조적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와 대화가 필요하며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역사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리가 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의 심판대 앞에 부끄럼 없이 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후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만 오늘을 알차고 보람 있게 살 수 있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한순간도 허송하지 않으며 무게 있고 진지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심은 대로 거둔다. 오늘 심어야 내일 아름다운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심지 않는 것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역시도 누군가 심은 자가 있기에 거두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산물이며 내일은 오늘의 산물이다. 어제 무엇을 심었기에 오늘 이러한 것을 거두는가, 어제 배우지 못해 일어난 오늘의 일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이며 역사와의 대화다. 크던 작던 과거를 마주하면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더 많다. 때로 화도 나고 울분도 솟는다. 어이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님을 향해 불평과 원망도 나오고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하나님 어디에 계셨습니까, 정말 계신 것이 맞습니까?’라고 절규하며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불신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의 역사에서 교훈을 받고 가르침을 얻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날 어두운 역사에서 바르게 배우지 못해 오늘이 힘든 것을 깊이 생각하고 오늘 바르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수 있으며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고명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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