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라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이자 극단의 경고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 이준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정치의 희망이 현실로, 젊은 기수론, 신선한 충격, 세대 교체 신호탄 등의 희망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판이다. 희망이 아니다. 절망의 끝을 본 국민 분노의 발산일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를 풍전등화로 몰고온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엄중하고 극단의 경고다. 기존 정치권은 경륜의 포장만 뒤집어 쓴 채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고, 희망과 변함 또한 찾기 어려우니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국민의 뜻이다.
국민은 그동안 촛불혁명과 윤석열, 안철수 현상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정치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수없이 갈망했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갈등과 절망의 반복 뿐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며 일어섰던 촛불정부는 내로남불과 ‘오히려 불공정’이라는 갈등만 잉태한 채 나라를 둘로 갈랐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축 경제 정책은 집값 폭등과 2030세대의 절망을 불렀다. 이 지경에 이르고도 갈등의 굴레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니, 나올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네거티브와 계파, 경륜 공방 등 구태정치로 진흙탕이다. 당대표의 운영 철학이나 미래 비전은 간데없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소환하며 네편, 내편 탓 질이다.
지난 2011년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업고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를 넘나들었던 ‘안철수 신드롬’은 실체도 없이 사라졌다.
국민의 염원을 마치 자신의 힘으로 착각한 채 ‘철수와 등장’만 10년째다. 이 후보는 이번 현상을 마치 자신이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착각하는 안철수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아야 한다.
오랜 갈등과 절망에 지치고 쇠약해진 민심은 어디 한 군데 믿고 마음 둘 곳이 없다. 이준석 현상은 더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과 2030세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을 향한 범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현상을 일컬어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국민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극단적 경고를 보냈고, 이 후보의 당락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야 말로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국민의 새정치 염원을 올곧이 담아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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