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을 가진 이들의 자세가 시대를 불문하고 똑같을 순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야 할 근본은 있다고 본다. 그건 언제나 조심하고 삼가는 처신을 하는 것이다.
관리가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와 덕목을 상세히 열거한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저자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또 다른 호는 여유당(與猶堂). 여(與)는 살얼음의 겨울 냇가를 건너듯 늘 조심하고 신중하라는 것이며, 유(猶)는 이웃의 시선을 의식해 삼갈 것은 삼가는 태도를 가지라는 뜻이다.
다산이 목민관의 핵심 가치로 강조한 ‘여(與)와 유(猶)’가 오늘날 문재인 정권에선 사정없이 파괴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같은 문재인 행정부의 고위직, 윤미향 의원·추미애 전 의원과 같은 집권 민주당의 멤버, 김명수 대법원장과 같은 사법부 일부 인사들의 언행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어서다.
이들 가운데 최근 가장 밉상으로 꼽히는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닐까 싶다. 그의 며느리(변호사)가 일하던 한진그룹 계열사 법무팀의 회식이 대법원장의 아내도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장 공관에서 열렸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 재판(소위 항공기 회항 사건)에서 김 대법원장까지 참여한 대법원 재판부가 조씨에게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내린 직후 한진 측이 다른 곳도 아닌 재판부 수장의 공관에서 국민 세금으로 제공되는 밥을 먹었다는 건 사법부 역사상 전례가 없는 해괴망측한 일이다. 법관의 기본 소양과 양심을 지킨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김 대법원장 공관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법원장은 딴청을 부리고 있다. 판사인 아들과 변호사인 며느리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분양받고서도 대법원장 공관에서 1년 3개월 동안 공짜로 살면서 재테크를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그랬듯 그저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뭉개는 것이다.
여당에 찍힌 판사가 사표를 내려 하자 ‘사표를 수리하면 여당이 당신을 탄핵할 수 없게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녹음 공개로 거짓말이 들통났던 김 대법원장의 도덕성은 이미 여러 번 파탄이 났다. 그런 그가 대법원장 자리에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국민이 어떻게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플라톤은 “사람의 인격은 그가 권력을 사용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권력을 어떻게 썼는지 천하가 다 아는 만큼 그의 인격도 천하가 다 알 것이다.
이상일 단국대 석좌교수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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