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장마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비, 혹은 이를 가리키는 현상을 말한다. 장마의 순수 우리말은 ‘오란비’이다. ‘오래’란 뜻의 고유어 ‘오란’과 물의 고유어 ‘비’가 합쳐진 말이다. 장마는 따듯한 공기인 북태평양 고기압과 찬 공기인 오호츠크해 고기압 사이에 만들어진 정체전선 상에서 활성화된다. 북쪽과 남쪽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다를수록 더 격렬하다. 특히, 오호츠크해 기단이 기승을 부리면 강한 비가 내린다.

통계에 의하면 장마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6월 20일 전후를 시작으로 7월 25일 전후로 종료된다. 이 기간에 비만 계속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70㎜가량에서 많게는 1천1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2020년 장마는 그간 최장인 2013년 49일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기후도 예년과 달리 북쪽은 더 차고 건조해지고, 남쪽은 더 뜨겁고 습해졌다. 기상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면적의 20배가 넘는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의 기온이 급상승했고, 뜨거워진 공기는 더 강한 고기압을 만들어 북극의 찬 공기를 아시아 내륙 깊숙이 퍼 나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마 기간도 길었고 강수량도 많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최악의 장마로 꼽혔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에 예방·대비도 중요하지만 장마가 닥쳤을 때의 시기적절한 대응도 잘 해야 한다. 기상청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섬진강댐 기습방류로 하류지역인 남원, 구례, 하동 화개장터가 침수되고, 용담댐 방류로 금산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상청은 오보청이 되었고, 수치모델해상도가 낮아 예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장비 타령을 했다. 오보를 할 때마다 늘어놓는 변명에 국민은 속아 넘어가는데 이력이 나 있다. K-water도 핑계 대기에 급급했다.

지방정부도 한몫했다. 부산 동천을 범람 시켰다. 물길을 막아 범람을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사망한 피해도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안이한 대응이 여실하다. 교통통제지침과 재난메뉴얼 어느 것 하나 작동된 게 없다. 정부지침과 시스템을 부산시가 무시한 처사다.

올해 여름철도 만만치 않다. 이웃 일본은 장마가 시작됐다. 이 장마의 영향으로 장마 시작일이 당겨질 수도 있다. 2020년은 기후변화가 이상기상으로 빈번히 나타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 해였다. 올해도 봄부터 잦은 강수, 고온과 같은 이상 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장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홍수는 물론 폭염, 가뭄까지도 살펴보는 세심함이 필요할 때다. 이상기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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