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시재생, 주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도시는 유기체이며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처럼 도시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후 쇠퇴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쇠퇴한 도시를 그대로 방치하면 도시기능의 효율성은 저하되고 주민의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초래한다. 노후한 원도심의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시설의 환경개선, 노후한 상권의 활성화, 단절된 지역공동체의 회복,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이다.

접근성이 우수한 역세권 지역은 사업성이 좋아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개발사업자에 의한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배제된 노후한 지역이 문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후 쇠퇴한 원도심지역은 개발사업의 경제성이 낮아 시장에 맡기면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노후 지역은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과 간섭이 필요하다. 자생력을 잃은 쇠퇴지역에 정부의 예산을 적극 투입해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등 원활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환경이 개선되고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도시재생은 그 도시에 켜켜이 쌓여 있는 역사문화적 자원을 살리는 것이다.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도시의 오랜 역사를 지우고, 고층 고밀의 아파트를 건설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형태라면, 도시재생은 도시의 원래의 풍경과 자원을 존중하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역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는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잘 아는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마을 어디에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심층적인 수요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써 주민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정주 의식을 높이고, 주민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시재생은 표면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도록 미관을 좋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민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형태의 시급하고 갈급한 사항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악취 해소를 위한 하수도 배관 교체, 깨끗한 식수공급을 위한 상수관 교체,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면 확대, 주민이 쉴 수 있는 작은 공원 조성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삶터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므로 단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을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의 성공확률은 높아지고 주민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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