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의 변화와 골목상권의 중요성”
흔히 ‘번화가’, ‘먹자골목’ 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은 어떤 지역에 음식점, 주점, 편의시설 등이 한 곳에 모여 거대한 상권을 형성한 곳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곳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지역에서 식사를 비롯한 여가, 유흥, 패션, 쇼핑 등이 가능한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주 찾는 명소로 자리잡는다.
전통시장이나 상점가 또한 이러한 상권이 형성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아 고객이 모이기 쉬운 곳에서 경제활동이 일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활성화한 곳이다. 생산과 소비 활동이 활발해지면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과 소비도 증가하는 지역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와 반대로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는 서민 대상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장이나 번화가가 아니라 주거지역 골목에 상점이나 음식점이 집중하면서 형성된 상권을 ‘골목상권’ 이라고 한다. 번화가나 전통시장·상점가에는 유동인구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한 반면, 골목상권에는 상주인구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3차·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형마트가 종전 전통시장·상점가를 대체할 수 있고,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보다 손쉽게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종전의 전통적인 번화가나 골목상권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대형마트의 추가 출점을 제한하고, 2012년 영업일을 규제하는 조치를 내놓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TV홈쇼핑, 인터넷 등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는 계속 증가했다. 2014년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 시장규모가 2012년 1조8천억원에서 2014년 13조원으로 2년만에 7배나 성장했다. 결국 경쟁력을 잃어버린 영세 소상공인들은 어떠한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쇠퇴의 길을 걸어 온 것이다.
한편, 골목상권 지원에도 한계는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유권해석해 도·소매점포의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에만 상점가로 인정해주다보니, 골목상가는 건축법 시행령 상 용역점포로 분류되어 상점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상점가 지정 규정의 제한으로 인하여 우리 인천에서 상점가로 지정받은 곳은 지난해 말 기준 총 9곳에 불과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8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및 시행령을 개정, 국회는 ‘골목형상점가’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이에 따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했다. 필자도 올 1월에 ‘전통시장 및 상점가 지원에 관한 조례’에 ‘골목형상점가’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그동안 소외받은 골목상권도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와 동일한 지원을 받도록 하는 기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단순히 법과 조례의 개정이 이뤄졌다고 해서 지원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골목형상점가는 상인회 구성과 같은 조직화가 매우 취약해 어떤 사안에 대한 공동 대응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경기도의 경우 시장상권진흥원을 설립해 지역 상권을 연구하고 골목상권 공동체 육성, 경기도형 상권모델 발굴, 노후상가거리 활성화, 상권 통합교육, 온라인 마켓 진출 등의 효율적인 정책을 통해 지역 상권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올해 상권발전연구회라는 의원연구단체를 결성, 인천형 시장상권진흥원 설립 추진과 타 시도 골목형상점가 지원 성공사례 연구용역 등 골목형상점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및 지원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근간은 소상공인이라고 한다.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통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과거 대형마트 규제의 사례에서 보듯 충분한 연구와 고민없이 일차원적인 규제나 지원을 남발한다면 사태만 더욱 악화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서구에서 골목형상점가 추진단을 구성·운영하면서 총 7곳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했고, 부평구도 부평테마의 거리를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이처럼 앞으로 지역 상권의 뿌리가 잘 정착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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