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시개발 미래수요와 LH 역할

국가공기업은 중앙 정부를 대신해 현장에서 공공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을 수행한다. LH는 국토교통부의 토지와 주택, 국토와 도시정책을 사업화해 그 성과를 신도시, 국민임대단지, 도시재생,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국가공기업이다. LH사태라 불리는 일련의 부동산투기사건들에 대해서는 규정대로 엄격하게 처분할 일이다.

다만, 기업의 기능조정에 대해서는 윤리 및 통제강화와 분리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인구절벽(Age-quake)이라 부를 만큼 지방의 인구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되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의 확대에 따라 전과 다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1인가구, 고령자, 신혼부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에 대한 새로운 수요도 증가한다. 특히 코로나 1년을 겪으면서 계층간 격차, 지역간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국가공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LH는 주거복지와 지역균형발전사업이라는 고유목적에 충실하고, 지방과 민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선선히 맡아줄 수 있는 포지션을 가져야 한다. LH가 현장에서 겪는 갈등은 대개 수도권의 택지공급과 같은 수익사업에서 발생한다. 보상가, 용적률, 가처분용지비율 등을 둘러싸고 토지주, 지자체 등과 갈등한다. 수익사업의 이익금으로 지역균형발전과 주거복지, 도시재생사업과 같은 비수익사업을 보전하는 ‘교차보조’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러한 재정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LH가 가진 갈등구조를 고치기 어렵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분당과 일산을 건설하던 30년 전부터 고착화됐다. G8의 국제위상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사업방식을 탈피하고 공기업의 공공성을 강화해 새로운 사회적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윤리기준이나 통제강화를 통해 조직기강을 빠르게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기능과 조직재편은 이와 같은 사업구조의 혁신과 공공재정의 확충, 미래비전을 고민하면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요구하는 지역균형발전과 주거복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국가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을 쪼개기보다는 핵심기능 중심으로 재편해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토지와 주택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너무 ‘국민 눈높이’만 의식하는 모양새다. LH 고유 목적 사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핵심기능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방정부가 할 일, 민간의 영역과 명확한 역할구분을 통해 진정한 국가공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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