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재직하게 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되돌아보게 된다. ‘민간에서 공공에 요구했던 기준을 나는 지키고 있는가?’가 그 첫째 지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오늘은 장애아를 둔 지인의 말씀이 떠올랐다. “서구의 어느 나라로 이민 갔더니 장애의 종류, 소득 수준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엇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더라”라는 말씀이다. 수요자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신선했다고 한다. 지인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공공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것저것 쟁취 투쟁’을 적지 않게 했는데 이런 방식의 접근을 고쳐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제도와 정책의 마련을 위해 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평생교육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나는 배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언제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과거와 같은 배울 때와 일할 때가 구분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늘 배우며 일하고, 일하며 배우는 평생학습의 시대가 됐다. 그러나 경기도민 누구나 배우고 싶을 때 배울 수 있도록 감당해야 하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인력은 200명이 채 안 되고, 예산은 300억 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 인력과 재정으로는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가긴 어렵다.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성찰의 결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도민 스스로 배우고 깨우치는 일을 하는 사람과 모임, 공간을 많이 만들어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민간 평생학습생태계를 북돋우는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 민간 스스로의 활동은 공적 자금이 없이도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평생교육진흥원의 예산을 넘어 경기도가 추진하는 교육 관련 예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경기도의 예산 중 학교 지원 예산 말고도 교육 관련 예산의 규모는 1조 1천억 원 수준에 달한다.
이런 예산이 편중되지 않고 잘 선용되도록 도청의 여러 부서는 물론 다른 공공기관과 협업하는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부서 칸막이를 넘어서면 도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책임을 다할 것 같지는 않다. ‘내로남불’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김제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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