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①] 백령도지킴이 ‘점박이물범’

점박이물범, 저어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대청부채….

인천을 대표하는 ‘깃대종(보호종)’이다. 이들은 바다, 해안, 갯벌, 논·습지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진 인천만의 생태계를 상징한다.

인천은 그동안 인천항을 중심으로 많은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회색도시’로 불리며 성장해왔다. 이제는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더 큰 미래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해안가를 덮친 해양쓰레기, 거친 흙과 모래에 파묻힌 갯벌, 아파트와 빌딩에 떠밀린 논·습지.

전국 갯벌의 31%를 차지하던 인천 연안갯벌은 대규모 간척·매립사업으로 3분의1이상이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인천 생태계의 현주소다. 지역 안팎에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생태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번번이 개발논리에 묻혀 사그라진다.

경기일보는 인천의 자연생태계에서 생존해 나가는 깃대종을 직접 탐방해보고 깃대종 등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등을 들어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도시 인천’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본다.

① 백령도 지킴이 ‘점박이물범’

서해최북단 백령도를 지키고 있는 점박이물범.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현재 백령도 주변에 300여마리가 살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3월부터 이곳 바위 위에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11월이면 분만과 교배를 위해 중국으로 이동한다. 이때문에 점박이물범은 생태와 지리, 행동 등으로 서해안의 환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종이다.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그러나 점박이물범은 번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최근 번식지인 중국 앞바다가 각종 개발로 파괴가 이뤄져 개체수 감소로 인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어선의 판매 목적 불법 포획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중국과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야 한다.

물이 빠진 사리 때를 맞춰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하늬해변 앞바다에서 최근 이들을 만났다.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용기포항에서 어선으로 10여분 달렸을까. 고요한 바다에 자욱이 내려앉은 해무 사이로 살짝 솟은 바위 위에 몸을 뉘어 편히 쉬고 있는 30여마리의 점박이물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가 점점 더 다가갈수록 몸을 뒤뚱거리며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취재진을 바라본다.

11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점박이물범은 국내에서 백령도 인근 해역이 최대 서식지다.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 연봉 물범바위, 두무진 앞 물범바위 3곳을 주서식지로 이용한다.

하지만 점박이물범의 서식지인 물범 바위가 사람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북방한계선(NLL)과 어업한계선에 걸쳐 있어 어장이 좁아 어민의 조업구역과 물범들의 먹이활동 구역이 겹친다.

이는 물범의 먹이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활동으로 어자원을 싹쓸이해가면서 노래미·까나리 등 물범들의 먹이도 지속해서 줄고 있다. 일부 점박이물범들은 그물에 담긴 물고기를 먹으려 그물을 찢거나 통발을 부수기도 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인천 깃대종 기획 천연기념물 제331호 백령도 점박이 물범. 장용준기자

특히 중국어선이 잘라서 버리고 간 폐그물이나 폐어망, 해양쓰레기도 물범들에겐 위험요소다. 폐그물은 바위에 걸려 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바다에 잠기면서 물범이 들락날락하면서 노는데, 이 때 목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지나친 관심도 점박이물범에겐 큰 위협이다. 물범 바위가 있는 하늬해변이 올해 5월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받으면서 앞으로 관광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관광선 등이 생기면 자칫 점박이물범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서식지를 떠날 우려가 있다.

점박이물범은 볕이 좋은 날 바위 위에서 볕을 쫴야 체온이 오르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털갈이를 할 수 있다. 털갈이를 겨울 전에 끝내야만 방수와 보온 기능을 유지해 중국으로 갈 수 있고 차가운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물범보호를 위한 주민 인식 증진과 관련 지원 등 방향을 지금까지 세웠다면, 앞으로는 점박이물범과 지역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범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어민들과 해양생태가 서로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해수부가 만든 백령도 점박이 물범 쉼터. 장용준기자
해수부가 만든 백령도 점박이 물범 쉼터. 장용준기자

이민우·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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