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자유공원 내 인천상륙작전 조각벽화를 손보기로 했다. 지난해 본보가 벽화 내용 왜곡을 지적한 바 있는 기념벽화다. 벽화 속 상륙 장면은 필리핀 상륙작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벽화라면서 필리핀 상륙작전을 조각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 지적 10개월여만에 수정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작업은 보존과 보완을 함께 하는 방식이다. 기존 벽화에는 내용에 부합하는 설명을 넣기로 했고, 인근에 새로운 기념벽화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 조각벽화도 맥아더 장군이 참여한 다른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인천시 설명이다. ‘문화재적 가치’는 쉽게 가늠할 영역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딱히 정해지는 사안도 아니다. 우리도 이번 논란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전쟁 영웅의 기념은 그 출발이 문화재적 가치가 아니라 역사적 가치, 전투사적 가치에 우선돼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 상식을 말하려는 것이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이다. 한국 전쟁 인천상륙작전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 상징의 핵심이 맥아더 장군 기념물이다. 거기 설치된 벽화라면 당연히 인천상륙작전이다. 지나간 70년 오류는 그렇다 치자. 어렵사리 바로 잡겠다고 나선 마당에서까지 부둥켜안고 갈 이유가 뭔가. 벽화 설명만 고친다고 하는데, 거기에 뭐라고 적을지 궁금하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잘못 알고 새겨진 벽화라고 적을 건가. 그 설명을 생략하면 필리핀 상륙작전 전적문이 난데 없지 않겠는가.
다른 얘기이긴 한데 최근 이런 논란이 있었다. 옛 인천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 역사 문화 공간 ‘인천시민애(愛)집’이 있다. 인천의 역사를 그림과 글 등으로 설명한 ‘역사 회랑’이 있다. 여기 인천상륙작전 코너에 ‘(상륙작전) 승리의 이면에는 월미도와 인천 시내의 무차별한 폭격으로 나약한 민간인들이 몰살당했다’는 설명이 있다. 파이프를 문 채 미소를 짓는 맥아더 장군과 남루한 차림의 피란민 풍경을 대비시킨 그림도 있다.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인천시가 맥아더 폄훼 의도가 없음을 설명하고 수정 약속을 하면서 일단락됐다.
우리가 맥아더 장군을 인천 해방의 영웅으로 추앙하라는 방향을 권할 생각 전혀 없다. 오히려 현대사의 재해석은 언제든 필요하고 자유로이 토론돼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만, 그 어떤 경우라도 필리핀 상륙작전 장면이 대한민국 인천 자유공원에 벽화로 남아야 할 이유는 없다. 거기 무슨 ‘문화재적 가치’가 있나. 두고두고 민망할 ‘역사 오류의 증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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