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억새와 수달, 그리고 군문교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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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병식(觀兵式)을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이 있었다. 옥수수밭이 춘원 이광수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나 보다.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밭을 보면 또 어떤 느낌이 들까. 뭐 허투루 하는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갈대의 사촌격인 억새밭은 또 어떨까.

▶억새는 볏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근경은 옆으로 뻗고, 잎은 너비 1~2㎝다. 가장자리 톱니가 딱딱해 잘못 만지면 손이 베일 수도 있다. 꽃은 길이 20~30㎝로 9월에 핀다. 전초는 지붕 덮는 데 이용하고 뿌리는 이뇨제로도 사용한다.

▶억새라는 풀의 신상명세서다. 녀석들의 향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들녘이 있다. 평택시 원평동 군문교 부근 억새밭이 그렇다. 이곳에 가면 파스텔 톤으로 펼쳐지는 억새들의 향연을 구경할 수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김수영 시인의 시구처럼 군문교 수변길은 이맘때면 제법 진지하다. 도회지에선 바람 한줌 없이 뙤약볕만 쏟아지지만, 이곳에 서면 바람의 향연도 펼쳐진다. 원평동이란 이름은 원래의 평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군문교 부근에서 안성천으로 가면 제방으로 만든 수변길이 일직선으로 멋지게 펼쳐지는 모습도 제법이다. 한여름의 초록빛이 가로수에 물들고 걷기 좋은 길이 아득히 이어진다. 그래서 누구나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최근 이곳에서 수달 서식 흔적이 발견됐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평택시는 군문교 일원을 수달과 사람이 공존하는 여가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한다. 군문교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덤이다. 뉘엿뉘엿 떨어지는 붉은색 구름의 향연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최근에는 수달 서식현황 조사용역 최종 보고회도 열렸다. 용역은 지난해말 군문교 인근에서 수달이 서식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진행됐다. 평택시는 군문교 일원에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등도 조성한다. 시는 이달 중 한강유역환경청과 사전협의한 뒤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연말 착공할 예정이다.

▶자연의 넉넉한 품 안에서 억새와 수달의 어울림도 꽤 근사한 수채화가 아닐까. 앞으로 군문교에서 펼쳐질 억새와 수달의 공존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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