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우리 세대 청년들이 가진 취업, 결혼, 주거 등에서의 고충과 절망이 모두 여성가족부 혹은 성평등 정책인 것처럼 들린다.
지난해 재단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성차별 인식의 차이를 연구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20대 청년세대들은 성인세대 중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낮고 성평등 의식이 높은 세대이다. 다만 여성의 권리요구와 남성성역할 인식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있었는데, 20대 남성들은 여성들의 권리주장이 강하다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남자들이 가족의 경제적 부양자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20대 여성들은 학교, 취업,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하여 변화의 요구가 있고, 여성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야 한다고 계획한다. 여성들은 성차별, 성폭력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며, 남성들은 성평등정책이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이라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다만 남성들이 손해를 본다는 인식에는 ‘남성=군대’, ‘여성=출산 및 육아’라는 성고정 관념이 작용하고 있었고, 여성에게는 육아 등을 지원하는 반면, 힘들게 군대를 다녀온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능력 있는 부양자가 되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여성에 대한 지원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하였다.
20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군 징병제도는 개선이 필요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어렵고, 성실히 노력한다고 해서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라는 것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 정치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면 이러한 불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경쟁으로 인한 부담이 해소되는 것인지. 특히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자살을 선택하는 20대 여성이 증가하는 현실, 더 좋은 일자리를 탐색할 여력도 없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러 나갔다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20대 청년의 삶이 연일 보도되는 현재, ‘이대남’ 논쟁의 20대는 누구를 의미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공정’과 ‘능력’을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되물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서 있는 당신의 자리가 정말 당신의 능력 때문인지. 이대남 논쟁이 다양한 20대 청년들의 삶과 현실에 다가가지 못하고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 되어야 한다.
임혜경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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