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최저임금, 논의 방식부터 바꾸자

사람 없이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아예 종업원이 없는 무인 점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장기화한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비대면 흐름도 있지만, 경기불황 속에 혼자 치솟은 인건비도 한몫했다.

언제인가부터 최저임금은 ‘을과 을의 전쟁’이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과 단기시간 근로자 등의 삶의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일자리 쪼개기가 만연해지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는 더욱 퍽퍽해졌다.

자영업자는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알바생을 줄이면서 근로의 양과 시간 모두 늘었다. 그런데 장사는 되지 않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최저임금을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한다.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 이상한 합의안이다.

각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사정도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 입장에서는 5%대의 임금인상은 수많은 자영업자의 도산을 유발시킬 수 있을 만큼 리스크가 되는 조치라 말한다. 편의점·PC방 등이 주 타격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는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 위기 속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고, 이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정부가 내세웠던 주 공약 중 하나가 ‘최저임금 1만원’이었던 만큼 상실감이 더 크다. “최저임금으로 살아봐라”라는 외침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현실적인지 못한 최저임금 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만 하다 끝난다. 이를 논의하는 구조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20대 청년 근로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62만7천명을 기록했다.

최저임금도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적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협의해야지, 현재와 같은 막무가내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업종·지역·시간대별 차등 적용이 가장 대표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최저임금은 결정에 시기가 닥쳐서야 이 문제를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내후년의 최저임금은 지금부터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지닌, 양측이 끝장 토론을 할 각오로 치열한 결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뒷말이 없어야 좋은 합의다. 최저임금에도 좋은 합의가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최영은 행동하는 여성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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