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

평균수명이 점차 증가하며 긴 여생을 잘 살아내기 위한 웰빙(Well-being)이라는 개념에서 죽음을 잘 맞이하고자 하는 웰다잉(Well-dying)으로 초점이 변화되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호스피스의 철학이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질병의 개선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을 완화해, 더 편안하게 삶을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둔 의료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완화 의료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 방법으로 통증 및 다른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인 문제에 대한 조기 발견과 세밀한 사정, 치료를 통한 고통의 예방과 경감을 통해 이루어진다’라고 정의했다.

지난봄, 93세의 어머니가 말기암으로 약 2개월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병동에 입원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입원을 원하는 환자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공급된 병상 수가 적어 일정 기간 대기 후 다행히 자리가 나서 입원할 수 있었다. 생명의 소생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에서 의학적인 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여 내리게 된 결정이었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의사, 코디네이터 등등 다양한 돌봄 인력들이 마지막 인생의 동반자로서 환자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가 24시간 환자들 곁에서 불편을 신속하게 살펴보며 돌봄을 제공했다. 여러 돌봄 인력들의 통합적인 보살핌으로 인해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편안함을 주어 항상 감사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셨다. 시간이 지나 그곳에서 보낸 2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되돌아보니 호스피스 병동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나의 경험을 통해 바라본 호스피스·완화 의료는 단순히 환자만을 지원하는 활동이 아닌 임종 과정을 겪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통합적인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둔 다학제적 돌봄이었다.

전화연 경기도간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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