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전쟁에서 승리하고 폭력에서 승리하고 있는가

약한 국가보다 강한 국가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관념에는 어느 정도의 논리가 존재한다. 이 말은 힘이 있어야 안전하고 힘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의미와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정치지도자는 자신들의 주요 임무는 국가 안보 유지라고 말하며, 이를 공리(公理)로 여겨왔다.

이스라엘은 이웃한 아랍 국가 모두를 다 합한 군사력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령지역의 통제조차 절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중인 미군도 전투에서 거의 항상 승리했지만, 결국에는 패배였다. 가자 지구의 반 이스라엘 감정이 증가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인종적, 종교적으로 분리된 국가로의 통합이 실패했음이 각각의 원인이다.

역설이지만 때로는 압도적인 군사력, 그리고 군사적 승리조차 인간의 존중이 먼저 전제되지 않으면 반드시 정치적 성공, 혹은 안보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최근 국가수호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우리 군이 군내 성추행 사망사건으로 국민에게 불신과 비판을 받고 있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군인으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족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사건이다. 타성과 안이함이 초래한 사건이다.

미국 전략공군 사령부의 구호는 ‘우리의 직업은 평화’이다, 우리 국방부의 표어는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둘 다 궁극적인 의미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힘을 통한 평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구성원에 대한 인권보호가 전제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은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 국가의 주권 혹은 내부적 안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야만적 처우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이로 인해 군의 본연의 임무와 사기가 방기 될까 걱정된다. 최근 사태는 분명히 부적절하고 귀감은 되지 못했다. 묵묵히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들의 명예를 빛바래게 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 군의 전투력은 최상이고, 자긍심과 사명감도 충천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고하는 부분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군내 인권에 대한 공공연한 공약이 더 이상 조롱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홍을 입은 국방부가 부정적 시각과 비판을 넘어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을 꼼꼼하게 바로잡아주고 명실상부한 강한 군대, 말하자면 거듭되는 군 기강 사건의 발발이 발생하지 않고, 정의롭고 강한 군대 건설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희망이 아니길 바란다.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의 어려운 이슈에 안보의 엄격함을 매몰시키지 않으면서 군대의 정당성을 옹호하고자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폭력에서 승리하는 군대가 되길 기대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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