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 노르웨이 여자 선수들이 비키니 유니폼 대신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유럽핸드볼연맹은 비키니 착용 규정을 어겼다며 1천500유로(1인당 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모래 위에서 하는 비치핸드볼은 남자 선수와 달리 여자 선수들은 하의의 측면 폭이 1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노르웨이 핸드볼연맹은 ‘선수들이 편한 옷을 입고 경기할 수 있도록 유니폼 규정을 바꾸기 위해 싸우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세계 언론의 이슈가 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이 화제다. 일부 선수들이 섹시스트(Sexistㆍ성차별주의적) 유니폼을 거부하고 나섰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몸통에서부터 발목까지 덮는 전신 타이즈 형태의 ‘유니타드’를 입고 참가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체조 선수들은 원피스 수영복에 긴 소매만 덧대진 ‘레오타드’ 유니폼을 착용해 왔는데 암묵적인 금기를 깨버렸다. 이들은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전신 유니폼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독일체조연맹은 체조 기술보다는 몸매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막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대표팀의 유니폼은 여자 선수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일부 잘못된 시선에 경종을 울리고, 유니폼을 선택할 권리를 넓혔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들이 원하는 건 기존 유니폼을 무조건 거부하는게 아니라, 무엇을 입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체조, 수영, 육상, 비치핸드볼 등의 유니폼은 노출이 심하고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 때문에 TV 중계 영상이나 사진에 선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때가 많다. 일부 종목은 ‘여성스럽고 노출이 많은’ 옷으로 유니폼을 제한한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은 정해진 유니폼을 입으며 성적 대상화가 됐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입었던 유니폼에 여성 선수들이 반기를 들면서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 패션ㆍ문화계 등의 성차별을 뛰어넘는 ‘젠더리스(genderless)’ 바람이 스포츠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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