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이 한창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탓에 ‘역사상 가장 주목 받지도, 사랑받지도 못한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함께 안고 말이다. 통상 4년의 준비라고 하지만 올해 올림픽은 리우에 이어 5년만에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의 스포츠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위해 피ㆍ땀ㆍ눈물을 흘려왔다. 환희의 순간도, 좌절과 절망의 순간도 느끼겠지만 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자부심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만 빼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7월29일, 태극기를 앞세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했다. 이후 대한민국 선수단은 국가의 명예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성과를 얻고자 올림픽에서 처절하게 싸워왔다. 하지만 메달을 따는 환희의 시간보다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더 오래 보내왔다. 그러던 중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 등 총 33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구 소련과 동독,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고를 제대로 친 이후 대한민국에게 올림픽은 경직과 소심함이라는 명제와 함께 ‘공공의 적’을 만들어왔다.
▶유력 금메달 후보가 은메달을 땄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시상대에 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간의 그 선수가 흘린 피ㆍ땀ㆍ눈물은 없고 5천만 국민에게 대역죄인이 돼 버린 것이다. 입상 조차 하지 못한 선수들 얘기는 할 필요도 없다. 왜일까? 중압감이 문제인가? 아니다.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유독 아름다운 3, 4위가 많다. 육상 필드 종목(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다이빙 우하람 선수에다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부녀 메달리스트 체조 여서정 선수까지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달 색깔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여준 유연함과 대범함이 앞으로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모토가 되길 바란다. 태극마크의 자부심만 느끼면서.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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